뽀스띠노, 베짱이뽀
길담서원 책방지기로 마당 일, 텃밭 일을 좋아한다.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길담서원, 작은 공간의 가능성』(궁리, 2020), 공저로 『나는 어떤 집에 살아야 행복할까?』(철수와영희, 2012), 『눈, 새로운 발견』(궁리, 2017)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창비, 2024) 등이 있다. 현재 문화예술전문지 월간 《QUESTION》에 뽀스띠노의 책방 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이 책은 조카가 태어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썼다. 우리는 서울에서 공주시로 이사를 했고 48년 된 집을 해체하고 수리하면서 만남과 이별, 생성과 소멸을 생각했다. 아이가 자라는 속도로 부모님의 건강이 저물어갔다. 기쁨과 허무함, 몸의 소중함을 직면하고 갈팡하고 질팡하면서도 늘 중심을 잡아준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하고 송무백열松茂栢悅하는 동무들의 마음이었다. ‘포즈’가 아니라 진정한 마음이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질투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했다. 하지만 이런 심성 반대편엔 친구가 잘되기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마음도 있었다. 질투는 미워함의 시작이자 싸움의 근원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씨앗이지만 타자의 입장을 헤아리고 벗이 잘됨을 기뻐하는 마음은 온기를 더하고 힘을 주는 법이다.
셀 수 없이 흔들려 균형을 잡으려고 애쓸 때, 피곤하고 지쳐서 쉬고 싶을 때, 그때 만났던 동무들과 선생님들, 함께했던 이웃들, 찾아갔던 장소도 이야기에 담았다. 따라서 집수리 기간은 단순히 집을 고치는 시간이었다기보다는 우정에 관하여 생각하고 몸 건강을 위한 자세를 단단히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길담서원을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며 ‘느리게 제멋대로’ 고쳐나갔다. 여기서 ‘느리게 제멋대로’는 선택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허술한 몸 상태와 어설프게 흉내나 낼 수밖에 없는 기술의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집수리를 하면서 우리는 몸으로 산다는 사실을 직시했고 몸 건강이 나의 일상을 어떻게 좌우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집수리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 관계 맺게 된 것, 집수리를 통해서 본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여는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