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오는 길
내가 있는 곳은 예전에
대구에서 가장 긴 골목이라고 해서
‘진골목’으로 부르던 골목 가운데 있습니다.
그 마당에 골목만큼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 있습니다.
이 나무는 추우나 더우나 불평 한마디 없이 늠름합니다.
오래된 은행나무는 뭐든 혼자서도 잘합니다.
봄이 오면 싹을 틔우고
여름이면 꽃을 피웁니다.
가을에는 노란 은행도 맺고 나뭇잎도 물들이고
겨울이 다가오면 열매와 나뭇잎을 깨끗이 떨구고
다음 해를 준비합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된 저 은행나무처럼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할 줄 아는 늠름한 어린이들로 자라나면 좋겠습니다.
그다지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8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을 냅니다.
은행나무가 하는 일에 비하면 게으르고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두 번째 책에도 마다하지 않고 그림을 그려 주신 김영대 작가와
세심한 마음으로 해설을 맡아 주신 김종헌 아동문학평론가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