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이는 말
스무 살 무렵, 어디 박혀 월급 받아먹으며 살 천성은 못 되더란 걸 익히 알겠어서 글 써서 먹고 살리라 마음먹었으나 역마살이 가냥 안 뒀는지 막노동판을 싸돌았다. 거기다 속 불을 못 다스려 소리에 미쳐 또 한세월 묵새겼다. 어지저지 여자가 생기니 새끼가 따라 나오더라. 시절이 또 난리라 정신 못 차리다 예까지 왔다. 급히 낸 풍신 난 시집이 한 권뿐. 이제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 생각하니 마음만 급해져 세상에서 내 가진 유일한 기술, 시 쓰는 짓거리로 들은 이야기, 몸으로 때운 이야기 중 만사 제치고 우선 고향 이야기부터 남긴다. 쓰다 쓰다 하늘이 부르면 가는 것이고 시 나부랭이가 다 되어도 안 부르면 맘먹은 희곡과 대본 한두 권 남기면 좋고. 헌데 사방이 저리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눈앞에 환하던 기억마저 띄엄거린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떠올리려 용을 써도 게으름뱅이에게 하늘은 한 치의 용인이 없더라. 불쌍한 건 처자식이요 죄송한 건 돌아가신 어르신들이다. 평생 괴롭힌 시 귀신이야 어디서 굶어 뒈지라지. 이제 거의 돌아가셨다. 어디에 여쭐 수 없이 기억을 쥐어짠 기록이다. 시의 형식을 빌렸으나 시인지 모르겠다. 그런 시절도 있었더라 자손께 전하는 절실함이다. 내가 아는 만큼 썼다.
-우이천가에서 박광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