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알게 된 이십 대(1980년대) 문턱에서 내가 초라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고, 살아 있는 동안 부끄럽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내가 전태일일 수는 없지만, 그가 불구덩이에서 외친 외마디가 헛되지 않도록 초라하지 않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문학의 세계로 들어서게 했다. 나는 그렇게 삼십 년을 살았다. 꼭 쓰고 싶었던 소설(전태일 문학상 수상작인 「사람의 얼굴」은 아직 미완성인 채 발표된 것임)은 시작만 해놓고 아직 완성하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 있다. 이제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 이야기를 다 쓸 수 있을지도 장담하지 못하겠다. 등단 후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무거움을 나는 버텨내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면 나는 아마도 내가 쓰고자 했던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살아 있는 것에 항복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더라도 나는 내 몸뚱이보다 먼저 포기 선언은 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