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예전엔 알고 싶었습니다.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그게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모르는 채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시를 쓰면서, 내가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착각이라는 걸 이제야 압니다. 내가 아니라, 시가 나를 기록해왔습니다. 시에 의해 기록된 내가 보고 생각하고 씁니다. 가한다는 건 뭘까요. 가한다는 건 무엇이어야 할까요. 가한다는 건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무엇도 무엇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시에 의해 이 꼴이 되고 있습니다. 타당해 보이는 핑계를 대면서 나는 된 것, 되는 것, 될 것 따위를 믿지 않습니다. 시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시에 의해 구축된 내가 시를 구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내가 택한 건 아니지만, 시를 택하길 잘했습니다. 시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충분히 옳고 충분히 그르고 충분히 충분치 않습니다.
2020년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