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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신영화

미국 미네소타 대학(University of Minnesota)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미주 한국일보 외신 기자, 로스엔젤레스 미주한인방송(KBC) 보도부장, 라디오 코리아 보도국 데스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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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 2020년 11월  더보기

예술가, 그중에서도 특히 미술가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 책이 장기간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은 매우 드물다. 주제나 소재가 대중적 관심을 끌기에 무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로스 킹의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은 2003년 출판되자마자 전 세계 독지들에게 선풍적인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권위 있는 비평가상들까지 휩쓸었다. 신물이 날 정도로 들어온 르네상스 시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로…….더군다나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문예 부흥사』 같은 르네상스결정판조차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데 말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저자 킹이 시스티나 천장화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본질적인 분석을아주 새로운 각도에서 치밀하게 전개할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답게 시스티나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는 르네상스 천재들의 치열한 각축전과 그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이끌어 새로운 별천지를 보여 주기 때문일 것이다. 프레스코의 문외한인 미켈란젤로의 능력을 믿고 그에게 시스티나천장을 맡긴 율리우스, 미켈란젤로가 자신을 천거해 사실상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천장화를 그리도록 사주한 장본인으로 철석같이 믿은 건축가 브라만테, 조각가를 벽돌공 사촌쯤으로 비하하면서 미켈란젤로와 대결에 나섰다가 크게 망신당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일찍이 피렌체의 멸망을 예언했다가 그 흔적을 천장화에 남기고 불타 죽은 수도사 기롤라모 사보나롤라, 사생아라는 딱지를 떼기위해 로마까지 찾아와 마침내 교황에게서 ‘수사와 수녀 사이에서 합법적으로 태어난 자’라는 인정서를 손에 쥔 에라스무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혜성같이 나타나 페루지노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을 하루아침에 퇴장시키고 미켈란젤로의 아성에 도전하다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이탈리아 역사상 최고의 꽃미남 라파엘로……. 상상해보라, 절대 권력자가 화려한 궁궐을 빠져나와서 시장터의 진흙탕 길을지나 더럽고 지저분한 미술가의 공방으로 찾아가 인생과 예술을 놓고 미술가와 열띤 논쟁을 벌이는 장면을! 미켈란젤로에게도 천장화는 목숨을 건 일대 도박이었다. 그래서 좀 더 완벽한 인물화를 그리기 위해 시체 해부에까지 손을 대살인마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그리고 천지창조 장면 옆에 난데없이 악동들이 손가락으로 욕하는 장면을 끼워 넣어 시스티나예배당이 성화로 도배된 것으로 믿는 사람들을 당혹시키기도 한다. 부부싸움 하는 예수의 조상도 끼어 있다. 이처럼 시스티나 천장은 미켈란젤로와 르네상스가 상상하거나 체험한 온갖 별스러운 것들로 차있다. 킹은, 자신을 항상 조각가로 소개하고 왕족 출신이라고 믿은 미켈란젤로의 대척점에 라파엘로를 세웠다. 라파엘로는 동물들과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성자의 면모를 가졌지만, 숱한 여자들의 들끓는 애정 공세에 이기지 못하고 결국 젊은 나이에 쓰러지고 만 비극적인 인물이다. 킹은 라파엘로가 시스티나 천장화의 전반부가 공개되었을 때,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이미 완성한 자신의 벽화 일부를 떼어내고 거기에다 미켈란젤로를 모델로 한 천장화풍의 투박한 인물화를 새로 그려 넣었다고 소개한다. 훗날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근거가 바로 여기에서 마련된 것이다. 등장인물들만 해도 호화캐스팅이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라파엘로 산치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세 명의 천재 예술가들이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 뿐이 아니다. 천재 건축가인 브라만테와 예술가들의 삶을 경외로운 눈으로 바라봤던 바사리까지. 이런 사람들이 한 시대에 등장하다니, 신은 갑자기 부지런을 떨었음에 틀림이 없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은 이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오기까지 3년이나 더 걸렸고, 다시 절판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처럼 난관을 헤치고 나온 것이기에 의미가 깊다. 책에 실린 70여점에 이르는 희귀한 그림과 소설을 읽는 듯한 로스 킹의 문장들을 다시 독자들에게 2020년 소개할 수 있어 더 귀하고 소중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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