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그림자조차 두려워 눈을 감지 못하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
길을 잃은 나의 언어들은
흰자위만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데
나는 입술을 움직일 수가 없어
그들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했다
오래전에 축제가 끝나버린 나의 목마름
내 혀를 마비시켜 바람 속에 던져둔 죄
무사하진 못할 것이다
지나간 세월을 돌아볼 수만 있다면
수많은 소리들이 걸려 있는 처마 같을 것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빈 입만 매달려 바람의 언어를 연습하는 풍어 같을 것
새벽이 오기 전 나는
내 주머니 속에 아직 남아 있는
언어의 날개를 꺾어두어야 한다
얼마간의 기도를 하늘에 매달아두기 위해
하늘 높이 솟아 분수처럼 흩어져
다시 나에게로 첫눈처럼 내릴 소리의 향연
나는 그리움에 미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