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처럼 가진 게 많은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날카로운 백색과 걸쭉한 검은색의 대비로 이루어진 독자적인 화풍, 디테일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뛰어난 그림 실력,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수준의 풍성한 상식, 인간이 가진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특별한 시각.
이런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언제나 충격 그 자체였고, 때문에 마티외의 신작이 발표되면 독자보다 출판사와 작가들이 가장 먼저 서점으로 뛰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0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꿈의 포로 아크파크』에서는 2차원의 성질을 가진 '책'을 3차원의 세계로 바꿔버렸을 뿐만 아니라, 그 물질적인 한계를 다양한 시도로 철저하게 농락했다. 또한 신이 인간 세상에 현신했을 때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작품인 『신신』은 풍자와 은유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블랙코미디의 대향연이었으며, 2011년에 발표한 『3초』는 하나의 사건을 빛의 속도에서 접근한 작품으로, 특히 이 작품에서 시도한 '반사의 무한 루프'는 그림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루브르 박물관과 출판사 퓌튀로폴리스가 함께 기획ㆍ출간하는 '루브르 만화 컬렉션’에서 니콜라 드 크레시 다음으로 두 번째 주자로 선정되어 『어느 박물관의 지하』를 발표하였고, 동료 작가 에티엔 다보도, 에마뉘엘 기베르, 다비드 프뤼돔 등과 릴레이 만화를 그린 『선사시대』에서는 경이로운 해석과 작화로 거장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ACBD 평론 대상을 비롯한 수많은 앙굴렘 수상 이력에도 불구하고 마티외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결코 그러한 사실들이 언급되지 않는다. 작가의 세계가 너무나 커다랗기에 세속적인 명예 따위는 단 한 줄의 수식어조차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픽 노블 아티스트로 탄탄한 기반을 가진 마티외지만, 대학 친구들과 설립한 아틀리에 '뤼치 롬'을 통해서는 작품 세계보다는 다소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세노그라피와 도시 조형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04년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서 진행한 '걸려진 숲'은 아직까지도 업계에서 회자하고 있는 걸작이다.
마티외의 작품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너무 광활하거나, 반대로 숨 막힐듯한 빼곡함에서 어디서부터 첫발을 들여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탄탄한 서사 구조와 작가에게 종속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네 독서 문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마티외의 작품은 그렇게 불친절하지만은 않다. 언제나 그의 작품은 '여행'이고 독자는 동행자이다. 읽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헤엄치듯 작품에 뛰어들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작품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