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년 미국에서 태어나, 나이 서른넷이던 1921년에 프랑스 파리의 레프트뱅크에 영문학 전문 서점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문을 열었다. 이후 이곳은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T. S. 엘리엇, 에즈라 파운드 같은 20세기 최고의 작가들이 모여드는 사랑방 구실을 하며 명성을 얻는다.
오늘날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공인되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외설 시비로 인해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 금지되자 크나큰 고생을 감수해가며 1922년에 초판본을 직접 펴내 화제를 모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나치의 탄압으로 서점 문을 닫게 된 이후에는 파리에 머무르며 문필 및 번역 일에 종사했고, 1959년에 회고록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출간해 격찬을 받았다.
프랑스와 미국 간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38년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1959년에 버팔로 대학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62년에 파리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출판인 벤 휘프슈 씨는 1916년경에 내가 자기를 찾아와 장래 진로에 대해 상담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분을 무척 존경했지만 공연히 시간을 빼앗고 싶진 않았다. 그분은 매우 친절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서점을 차리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던 나를 격려해주었다. 어쩌면, 그 순간 휘프슈 씨와 훗날 그의 추종자가 되는 나 사이에 어떤 불가사의한 유대가 생긴 것은 아니었을까. 부로 제임스 조이스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