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들이 큰 아이가 7살, 작은 아이가 5살 때 이곳 보령으로 이사를 했다. 시골로 이사 오던 첫 해, 눈이 많이 내렸다. 결국 동네로 들어오는 길이 위험해 버스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저수지의 물이 단단히 얼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아빠는 종이 상자에 구멍을 뚫어 끈으로 묶었다. 그 종이 상자에 아이들을 태우고 저수지에서 아빠가 끄는 종이 상자 썰매를 태워주었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들을 차례로 부르며 신이 났다.
또 엄청나게 내린 눈을 가지고 다리 옆에 아이들이 눈 사람을 네 개 만들었다. 마을 분들이 지나가면서 “너네 집 식구들이냐?” 했다.
사실 지금도 눈이 많이 내리면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면 내 지인들이 “달에 가는 세상에…….” 하며 웃고 농담이 오고간다.
그런데 나의 마음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 퍽이나 안심이 된다. 아직까지는 자연이 순리대로 오고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봄이면 따스해지며 꽃이 피어 꽃등불이 켜지고, 여름이면 온갖 벌레들과 더불어 더워야하고, 가을이면 높은 하늘과 가까워진 산과 단풍, 겨울이면 삼한사온의 날씨와 더불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사계절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하여서 계절의 이동과 변화가 심하다. 그래서 자주 하는 말, 꽃과 식물들이 자신이 뽐내고 자랑해야 할 계절을 잊었다고 말이다.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풍경은 이미 사람이 많은 빛으로 가려져가는지 오래다. 그나마 청정지역으로 이름 난 곳이 반딧불이와 밤하늘의 주인공들이 눈으로 보인다.
계절과 자신이 자라야 할 장소를 잊은 꽃과 나무와 과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계절과 상관없어도 쓸 수 있는 것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이 자꾸 망가지는지도 모르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쓰레기는 많이 배출되고 있다.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동물과 식물들이 살 수 없는 자연은 사람도 살 수가 없다. 사람과 자연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나는 환경 운동가는 아니다. 별이 빛나는 밤을 가진 마을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연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일 뿐이다.
시골조차도 변하고 있는 계절의 아픔을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아주 일부분이라도 들려주고 싶기 때문에 책으로 엮어보았다.
우리의 아주 먼 미래의 후손들까지도 자연이 주는 행복을 오래도록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후대 사람들에게 자연을 고스란히 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