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필집이다.
깊은 꿈속에서도 끝내 시가 되지 못하고 늘어져 누워 있던 글자들을 비로소 한데 모아 일으켜 세웠다. 긴 세월 이리저리 부대기며 쓸려가도 놓치지 않고 안으로만 품고 있던 것들이 오랜 산통을 겪고나와 빛을 보게 되었다. 그간의 글을 모두 정리하는 마음으로 묶었으니 좀 모자라도 더 나은 글을 쓰라는 격려와 칭찬의 소리를 듣고 싶다.
정상을 향해 걷는다.
한 권의 책을 만들며 느낀 글 길의 어려움은 마치 험한 산을 오르는 기분이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턱 막힌다. 여태껏 걸어오며 다른 길 곁눈질에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옆길로 샌 적은 없었다. 한 편의 수필을 걸림 없이 명쾌하게 쓰려면 얼마나 높은 수양의 경지에 이르러야 할지 모르지만 쉼 없이 그 길을 걸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