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출생. 성균관 대학교 사서 교육원 졸업.
1978년 <중앙 일보> 소년 중앙 문학상에 동화 ‘연꽃등’ 당선.
한국 아동 문학인 협회, 한국 문인 협회, 펜 클럽 회원.
한국 동화 문학상, 한국 아동 문학상, 세종 아동 문학상 수상.
지은 책으로는 <대장이 된 복실이> <뾰족 지붕 아이들> <아빠 나무> <참 이상한 달리기> <달팽이는 이제 울지 않아요> <깔끔이 아저씨> <왕비의 붉은 치마> 등이 있다.
집으로 독립운동을 한 정세권을 아시나요?
‘북촌’이 어디인지 알고 있나요? 그래요, 임금님이 사시던 경복궁 오른쪽 언덕배기에 있는 동네랍니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고만고만한 한옥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는 곳이지요. 언제부터인가 북촌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어요. 그곳에 가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그런데 북촌에 있는 그 한옥들은 언제 지어진 걸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선 시대에 지은 집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니랍니다. 일본이 조선을 차지하기 위해 강제로 을사늑약을 맺은 후 남산에 ‘조선 통감부’를 설치했어요. 그러자 일본인들이 너도나도 남촌 주변으로 몰려와 일본식 집을 지었어요. 그러다가 슬슬 종로와 북촌까지 넘보기 시작했어요.
정세권이라는 건축업자가 그걸 보고 큰 결심을 했어요.
“사람 수가 힘이다. 일본인은 절대로 종로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정세권은 ‘건양사’라는 건축 회사를 차린 후 종로 여기저기에 한옥을 짓기 시작했어요. 돈 없는 서민들이 살기 딱 알맞은 작은 한옥들을 지은 거예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익선동, 창신동, 가회동, 북촌의 모든 한옥들이 그때 지어진 거예요. 사람들은 정세권을 언젠가부터 ‘건축왕’이라 불렀어요.
정세권은 그렇게 한옥 수천 채를 지어 번 돈을 헛되이 쓰지 않았어요.
일제 강점기에 한글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조선어 학회’ 학자들을 위해 기꺼이 2층 양옥집을 지어 드렸어요. 당시 경성 방직 여공 한 달 월급이 21원이었는데 200여 명의 월급과 맞먹는 돈을 기꺼이 내놓은 거예요. 그뿐 아니라 정세권은 ‘장산사’라는 회사를 세워 ‘조선 물산 장려 운동’에도 앞장섰어요. 독립을 위한 일에도 앞장서서 자금을 내고요.
결국 정세권은 1942년 일제에 체포되어 감옥에서 온갖 고문을 다 당했어요. 일제는 정세권에게 다시는 한옥을 짓지 말고 일본 집을 지으라고 윽박질렀어요. 정세권이 거절하자 일제는 건양사 건축 면허와 땅과 재산 등 모든 걸 다 빼앗아 갔어요.
건축왕이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수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남은 유품은 그저 쌀되와 놋 주발(놋쇠로 만든 밥그릇) 한 벌, 그리고 조선어 학회 뒤에 생긴 한글 학회가 펴낸 ‘큰사전’뿐이었어요.
정세권이 지은 북촌과 익선동, 창신동 등 한옥 마을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일제에 맞서 우리 조선집을 지켜 내려던 정세권은 기억하지 못했어요.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정세권의 삶을 동화로 쓰기 시작했어요. 주인공 영수 할아버지와 미루와 함께 정세권의 숨결이 묻어나는 북촌, 익선동 등 낡은 한옥들을 몇 번이나 돌아다니면서요.
부디, 어린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건축왕 정세권을 기억해 줬으면 해요. 집(한옥)으로 나라를 지키려 애썼던 애국자, 독립운동가 정세권을 말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