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기철은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대학에서 정년 퇴임한 뒤 지금은 경북 청도의 산골에 서재를 마련하여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시를 쓰고 후진들을 가르치고 있다.
《청산행》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유리의 나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영원 아래서 잠시》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했고 김수영문학상, 박목월문학상, 아림예술상, 후광문학상 외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이 시집은 시인의 22번째 시집이다. 시인이 지향하는 시적 관심은 ‘사람’이다. 그런 만큼 이번 시집에도 ‘사람’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시가 주류를 이룬다.
그런가 하면, 시인은 늘 이름 없는 것에 대한 애정을 시에 담으며 미려한 언어로 사물을 독자의 곁에 옮겨 놓는다. 시를 통해 모든 낯섦을 낯익음으로 바꾸어 놓는 일, 그것이 시인이 선물하는 시의 힘이다.
견고한 아름다움에 닿을 수 있을까?
어떤 언어도 닿지 않은 사유의 덩이들 혹은 그 조각들,
나는 견고한 말, 견고한 책을 동경한다.
그러나 견고한 말이 차갑지 않고 따뜻하게 읽히기를 희망한다.
나는 풀과 나무만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 생각하는 마음이 내 안에 들어와 등불이 된다.
오늘도 지붕 위로 엽서만 한 저녁이 내린다.
그러나 시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