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글
글쓰기는 저자 혼자만의 재능과 기호가 아닙니다. 다수의 관계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문맥들이 음으로든 양으로든 글에 개입하고 저자는 그 모든 문맥들에 사랑의 빚쟁이가 되는 과정을 필히 거칩니다. 이 책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도서는 제가 연구와 강의의 길을 걷다가 전주대학교 대학교회에서 목회를 처음으로 시작하며 수요일 성경대학교재로서 겁도 없이 붙잡은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긴장된 목회자 초년병의 미숙한 몸부림과 사랑하는 대학교회 성도님들, 교수님들, 직원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의 너그러운 포용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책도 쓰고 블로그도 활발하게 하며 성경을 묵상하고 글로써 그 묵상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 무척 익숙한 자이지만 막상 설교의 강단에서 회중을 향해 하나님의 말씀을 입으로 선포하며 나눌 때에는 얼마나 떨리는지 모릅니다. 설교하는 중에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입술에 통제 불능의 경련이 올라타고 의식하지 못한 단어들이 허락도 없이 출고되어 당황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따뜻한 눈빛과 격려의 끄덕임과 감싸는 웃음으로 위축된 설교의 등을 펴 주셨던 성도님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홀로 말씀 앞에 서도록 넉넉한 시간을 마련해 주고 조용한 환경을 조성해 준 아내 은경과 세 아이들 은진과 긍휼과 혜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별히 결혼 이후에 인생의 등을 든든하게 밀어주신, 사랑하고 존경하는 장인 어르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한 목회자의 글을 꼼꼼히 읽고 예리한 통찰력과 정교한 수정으로 멋진 단행본의 옷을 입혀 독자들과 문서로 교통할 수 있도록 산파의 역할을 해준 전주대 출판부에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전도서와 씨름하며 텍스트의 의미를 도무지 파악할 수 없어서 낙심의 백기를 들고 투항하며 포기의 한숨을 뱉어낼 때마다 한 뭉치의 깨달음을 무상으로 제공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혹시라도 이 책에 거짓이 있다면 제게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의 조각들이 있다면 하나도 예외 없이 주님의 선물로 주어진 것이며 주님께만 감사와 영광을 돌림이 마땅할 것입니다. 전달자의 영광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019년 9월
인생의 중턱에 올라선 전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