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오래도록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문화부장·편집국 국장·논설위원·종교전문위원을 지냈다. 이후 종교담당 전문기자로서 20년 이상 불교 등 종교를 탐방했고, 한국불교선학연구원장, 금강불교신문 사장 겸 주필을 역임하면서 대중들에게 선(禪)을 알리기 위한 강연과 저술 활동하였다.
이은윤 선생은 성철 스님의 종정 취임 법어 명구인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를 제목으로 뽑아서 유행시킨 장본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최초로 ‘대기자(大記者)’라는 칭호를 얻은 기자이다. 비록 국가나 언론계에서 공식적으로 준 칭호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이 명칭에서 종교적·철학적 사색이 깊은 기자, 문화적 탐구가 깊은 기자라는 것을 묵시적으로 말해 준다. 실제로 <은둔의 미학>에서도 저자는 은사 문화(隱士文化)를 다루면서 폭넓은 식견과 사유 체계, 자연을 보는 남다른 시각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저서로는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전2권)』(민족사), 『혜능평전』, 『선시』, 『한국불교의 현주소』, 『중국 선불교 답사기』(전4권), 『화두 이야기』, 『왜 선문답은 동문서답인가』, 『너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큰 바위 짊어지고 어디들 가시는가』, 『격동하는 라틴 아메리카』 등이 있다.
선(禪)과 노장은 ‘무용지용(無用之用)’을 통해 새로운 가치창조(value orientation)를 이끈다. 선가의 해탈과 노장의 초월은 실용적 측면에서는 별 쓸모가 없는 것 같지만 그 ‘쓸모없음의 큰 쓸모’가 정신적 양식이 된다. 나이 70이 훨씬 넘어 한가로움을 얻어 젊은 날 읽고 싶었던 『노자』·『장자』를 숙독했다. 덕분에 오랜 종교기자 경력에서 소경 벽 더듬은 식으로 익혔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같은 선구들을 새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선과 노장이 아주 가깝게 이웃하고 있음도 확인했다.
이 책은 본격적인 학문적 천착이 아니라 선어록을 『노자』·『장자』와 함께 읽은 독후감 같은 것이다.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선공부를 하는 데 선어록이나 불교 경전 밖의 『노자』·『장자』 같은 외전(外典)들도 숙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선림의 몇 개 중요 화두를 노장사상과 연결해 읽어보는 시도를 해 본 것이다. 오늘의 시대정신에 유용한 측면을 찾아보려는 욕심으로 여러 이야기를 중언부언했다. 그러다 보니 종교적 중심부에 주변부로 인문 교양·문화예술 분야·경제 문제 등에도 참고할 만한 측면을 덧붙이게 됐다. 선과 노장의 핵심인 직관과 간이(簡易) 철학은 책의 주변부에도 활용될 만한 측면이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출세 지향의 현실 종속과 내면적 정신 독립이라는 이중성 속에서 헤매다가 그만 떠나야 할 시간을 맞았다. 이제 평상심으로 돌아가 삶의 행로에서 부지불식간에 쌓인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소양으로 책이나 좀 읽다가 ‘거상대기진(居常待其盡)’해야 할 것 같다. 누가 굳이 묘지명을 남기라고 하면 “잠이나 실컷 자겠다”고 할까 한다. 원래 잠보니까.
책의 출판에 육필 원고를 정리하는 등 많은 노고를 해 준 민족사 윤창화 사장님과 사기순 주간, 그리고 직원 여러분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