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인 것만이 진실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화의 상징이나 무속의 현란한 신관(神觀) 같은 것은 논리적이지 못한 원시적 사고의 '분비물' 정도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논문을 통해서 신화를 연구해 오던 나로서는, 신화의 힘을 평가절하해 온 사람들을 이미지의 거대한 호수로 데려가 메마르지 않는 명상의 물맛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한 번의 맛봄이 한 번의 열림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또 일견 헝클어져 보이는 신화의 논리가 제3의 논리로 떠오를 수 있으므로, 신화라는 대양(大洋)에 자맥질한 도구를 연구논문이 아닌 소설로 선택한 나름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