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으로 직장일과 육아로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손가락에 번개를 맞은 것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로맨스, 미스터리, 판타지 등 다양하게 쓰는 중이나 묘하게도 그 주인공들은 대부분 십대의 ‘소년과 소녀’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매일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학교와 집을 오가는 아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싶다.
장편소설 『좀 비뚤어지다』로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주목할 시선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스니커즈를 신은 소녀』 등을 출간했다.
아, 불안하다! 불안해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
어른들은 돈이 떨어져서 가정을 지키지 못할까 불안하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웃고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한 중에도 문득문득 이렇게 살아서 바르게(?) 클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
시커먼 피부를 흉측하게 늘어뜨린 좀비들이 골목골목을 배회하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
조금 과장하면 그것이 현재 아이들의 눈에 비친 매일의 모습일 수도 있다. 가족은 뭔가 애틋하고 성가시면서도 온전한 힘이 되지 않고, 공부할 것은 산더미인데 하기 싫고, 그러면서도 앞날이 걱정되어 죄책감만 늘어나는. 뭐가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세상도 사람들도 조금씩 비틀려져 보이는 게다.
아이들은 그 비뚤어진 세계에서 불사의 좀비가 되든가, 또는 좀비를 물리치는 용감한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나 잘 클 수 있을까?’
스며드는 불안함에 이것저것 일탈을 시도해보아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오히려 십대 후반으로 갈수록 튀긴 팝콘 알갱이마냥 불안이 증폭되어만 간다.
그래. 그땐 나도 그랬으니까 안다. 전부는 몰라도 손톱만큼은 안다. 그리하여 다 큰 어른인 지금의 나도 별별 걱정에 두 발이 공중에 붕 뜬 것처럼 불안할진데, 폭발적인 성장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육체도 정신도 8단 변신 로봇처럼 변신을 거듭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불안한 건 당연한 이치다. 불안함에 아이들은 실수를 밥 먹듯 하고, 때론 원하지 않게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거나 스스로에게 칼날을 겨누기도 한다.
그럼, 안개가 자욱한 길에서 어디로 걸어가야 할까? 어떻게 하면 평화롭게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어른인 나도 그 해답을 알지 못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정답을 줄 수가 없다. 진짜 미안하다!
그렇다고 해도 절망은 말자. 19금 구역에 스스로를 가둔 대장이 바랐듯이, 영원한 피터팬은 없다.
물론, 마침내 성년이 된다고 한들 감동적인 영화의 엔딩 장면처럼 짙은 안개가 걷히면서 찬란한 등대의 불빛이 짠! 하고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반드시 성장한다. 어떤 식으로든 어른이 된다.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 대자연의 진리이다. 적어도 시간이 흘러 마음의 키가 커지면 내 두 눈으로 직접 그 짙은 안개를 뚫어볼 수 있는 풍경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신이 잘 컸는지, 못 컸는지, 각자의 판단도 가능해질 게다. 아무리 못난 짓을 해도 우리는 그 자리에 정지해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마음껏 불안해하라. 갑자기 좀비 세상에 던져졌다 해도 그 불안함 속을 터벅터벅 힘차게 걸어가 보라. 이빨을 세우며 달려드는 좀비들을 하나씩 물리쳐 보라.
“불안해도 괜찮아. 사실 다들…… 그런걸.”
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