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나를 존재하게 하고 이만큼 여물 수 있게 해준 이들이 가족이라면, 내게 가족은 늘 그리움이었고 애달픈 눈물자국이었다. 그 그리움 때문에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가족은 내게 사랑이기도 했지만 아픔이기도 했다. 이미 그분들 여럿이 이 세상과 작별했으며 그분들 못 다한 꿈을 나는 대신하여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의 의식과 피 속에 유전되어 전해지는 살아 움직이는 존재들이 가족이 아닐까. 그리움 때문에 시를 쓰고, 써 놓은 시를 다시 보며 눈물짓는 사람이 시인이라면 나는 시인인 것 같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대신 울어주는 이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시인은 그렇게 세상의 기쁨과 슬픔, 아픔을 대신 울어주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게 울고 난 후 모든 것이 좀 더 투명해져 빛날 수 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면 세상은 더욱 푸르고 살만하리라. 오늘도 나는 치열하게 울지 못하는 어린 시인이어서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