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기존의 관점을 털어내는 데 앞장서는 도전적인 기술사가다. 20년 넘게 이 주제에 대해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그중 결정적인 것은 이 책과 《전쟁 국가(Warfare State)》이다. 여러 학술지와 언론 매체에 글을 쓰고 있으며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도 출현한다. 현재 런던 킹스 칼리지 역사학부 과학과 기술, 의학의 역사 센터에 있다.
흔히 기술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새로운 것, 최초의 사용, 혁신에 초점을 맞춘다. 미래를 향하는 시간대 위에 발명과 혁신의 순간을 배치해 놓고, 기술은 늘 시대를 앞서가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나는 몇 년 동안 기술의 역사에 대해 우리의 생각에 깔려 있는 수많은 가정을 의심했다. 그러던 중 인도와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를 여행하면서 발명과 혁신이 아닌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어떤 물건이 사용되었는가 하는 관점으로 20세기 기술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그렇게 탄생했다.
사용한 물건을 중심으로 역사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통해 기술을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콘돔보다 비행기가 중요할까? 인력거가 점보제트기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새로운 기술이 늘 최선의 기술은 아니다. 새로운 물건을 개발하는 것만큼 많이 오래된 물건도 재발견하고 다시 발전한다. 우리는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이 뒤섞인 세계에 살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새로운 물건들이 세상에 탄생한다. 나는 그것을 강조하고 싶고, 그로 인한 변화를 축하하고 싶다. 그렇지만 미래의 변화를 강조하며 기술의 혁신과 발명을 숭배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다른 많은 물건 중에 어떤 것이, 언제, 왜 사용되었는지를 묻는 것은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들을 이끌어 낸다. 그것은 기술과 생산, 기술과 전쟁, 기술과 국가 등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