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창작과비평』 겨울호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의 서쪽』 『산벚나무의 저녁』 『무릎 위의 자작나무』 『비유의 바깥』, 산문집 『진리의 꽃다발·법구경』, 동화 『노루 삼촌』 『양반전 외』, 동시집 『자꾸 건드리니까』, 그림책 『흰쥐 이야기』를 비롯하여 여러 책을 냈다. 백석문학상, 서정시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산책이 잦았다. 마음 둘 데가 없었다. 걸으면서 그냥 보고 지나치기 아까운 꽃과 나무를 찍었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말을 몇 마디씩 적어두곤 했다.
이것을 사진이라고 찍은 것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혹은 시라고 쓴 것이냐고 묻는다면, 묵묵부답을 그 답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툴고 어설프나마 사진적인 어떤 것, 어눌하고 소박하나마 시적인 어떤 것을 담으려고 했으며 그 둘이 어울려 시적인 어떤 것에 가깝다고 여겨질 때가 있었다고 말할 수는 있다.
누가 이거 괜찮다고, 모아봐도 좋겠다고 했다. 그 말에 으쓱해졌고, 한 이태 자주 가는 카페에 올려보기도 했다. 댓글을 기다려 읽는 재미도 있었다.
사진Photo과 시적인 글Poesie을 어울렀으니 ‘포토포에지’라고 이름 붙였다. 사진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찍었고, 오래전 카메라로 찍은 것도 몇 장 넣었다. 제목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제목이 없는 것은 본문의 한 구절을 따서 차례에 붙였다.
시라면, 시를 좋아한다는 사람도, 심지어 시인마저 체머리를 흔드는 시절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무너진 것 같지는 않다. 왜일까? 나는 그 답도 그 실마리도 갖고 있지 않지만, 뜻하지 않게 진척된 이 일이 또하나의 소롯길이 된다면 좋겠다. 나처럼이나 사진을 모르는 사람도, 시를 모르는 사람도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찍어보고 톡탁이면서 삶을 되짚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롯길을 서성이던 지난 몇 년이 이 책의 저자이다. 족보 없는 책을 내준 난다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