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고 이름을 「마른 풀잎」으로 지었다. 첫 아이 「잠의 뿌리」를 출산한 지 한 해만이다. 비록 어쭙잖은 글이지만 날마다 밥을 먹듯이 글을 썼다. 시 쓰는 일을 일상화하려는 몸부림이었다. 올 1월말 하회마을을 다녀오는 귀갓길에 예천군 지보면 대덕리에 있는 말(言)무덤을 보았다. 행여 내가 쓴 시 나부랭이가 어느 한 사람 마음도 적시지 못해 시(詩)무덤에 묻어야 할지 몰라 두렵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 아니 내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내일을 생각하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오늘 자정까지가 내 생애의 끝이다.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다. 그래서 시를 한 편이라도 더 쓰려고 머리를 싸매고 산다. 통장엔 잔고가 비어 늘 쓸쓸하고 지갑은 휑하여 바람이 잘도 드나들지만 마음의 곳간은 시가 쌓여 있어 늘 갑부이다.
시인은 철이 들면 안 된다고 한다. 철부지처럼 사랑하고 싶다. 「마른 풀잎」이 태어날 수 있게 기도하고 응원해 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내년 이맘때 셋째를 출산시키기 위해 외로운 길을 또 뚜벅뚜벅 걸어가려고 한다.
2016년 2월 25일 화심글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