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담장에 기대어 덴마크무궁화가 꽃 피고 지는 것을 출입할 때마다 보았다. 들고 나는 시선은 가만히 바라보는 눈은 아니어서 바람결에 지나간 스침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나고 죽는 생멸의 반복이 처연하여서인지 사시사철 유독 그 노란 꽃만 눈에 띄었다. 떨어져 얼룩진 꽃잎은 바닥에서 검게 말라 사그라지고, 또다시 피고 지는 것이 반복되어 무궁화의 이미지가 철마다 허공에 떠다녔다.
사사로이 세사는 탕진되었다.
당신을 앞에 두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뒤돌아볼 때에
지는 것은 도처에 흥건하였다.
여기, 당신이 꽃피어 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