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쉿, 나의 세컨드는』 『고통을 달래는 순서』 『밤의 입국심사』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가 있다. 노작문학상, 서정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돌아오니 11월이 다 끝나가는데도 아파트 화단엔 들국화와 진한 은행잎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노란 줄무늬의 길고양이도 여전했고 베란다에서 내다보는 저녁빛도 그대로였다. 반가웠다. 그런데도 여전히 전화기를 끈 채 계속 부재중인 체했다.
시집이 나오는 날 다시 켜든 전화기 속으로 몇몇 가까운 이들과의 나지막한 대화가 있으면 좋겠다. 그 대화 중에 문득 창밖으로 흰 눈발 날려 모두가 그쪽으로 눈길 향한 채 저마다의 아득한 생각에 잠기는 저녁이 있었으면 좋겠다. - 김경미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