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보따리를 조심스레 풀어 놓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따뜻한 모든 인연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알 감자를 키우느라 자신을 희생한 씨감자. 일하느라 닳아서 깎을 것도 없던 할머니 손톱. 학교에서 만난 어느 아이의 까만 사마귀. 밭둑에 쓰러져서도 젖줄을 놓지 않던 고추나무. 똑같은 돌이지만 절을 받는 돌과 발길에 차이던 돌…….
이들을 동시로 쓰고 싶었습니다. 이들의 처지를 동시에서나마 함께 생각해 보고 위로해 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 제 마음은 놀림받는 까만 사마귀를 분꽃 씨앗으로 만들기도 하고, 발에 차이던 돌을 주워 돌탑으로 올려 놓기도 하였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졸고 있는 외로운 할머니 머리 위에 나비 한 마리를 얹어 주기도 하고, 허름한 둥지에서 태어난 산비둘기 알이지만 그래도 꿈을 가질 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제 동시가 여러분에게도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크게 싸워도 고물고물 발가락으로 화해를 하고, 천둥번개에 소나기까지 퍼부었지만 고운 무지개 한 줄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도꼬마리처럼 늘 형에게 달라붙어 다니는 동생 이야기도 한 편의 동시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직접 동시도 써 보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