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동문학을 전공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희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아동문학에 관한 연구 논문을 여럿 발표했습니다. 주요 논문으로는 『20세기 초 러시아 아동문학에 나타난 입체 미래주의의 영향』 『러시아 아동문학 속의 성인과 아동의 이중적 텍스트구조』가 있습니다.
『생각의 뿌리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의 저자인 바실리 알렉산드로비치 수호믈린스키는 우크라이나 출신 교육자입니다. 그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교육시스템을 만들었고 이 시스템에 따라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올바르고 정직하며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익히고 배울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생각의 뿌리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에서 수호믈린스키는 어른과 아이가 같이 읽고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의미를 대화를 통해 찾아가도록 구성해 놓았습니다. 이야기 안에는 선택의 문제, 특히 올바른 선택에 대한 문제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수호믈린스키의 고향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고대 수도 키예프가 있는 곳이며 17세기에 러시아에 합병되었다가 소련이 붕괴되면서 독립했습니다. 그러므로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고유의 전통도 있지만, 러시아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고 그대로 교육되었습니다. 1917년 혁명이 일어난 바로 다음해에 태어난 수호믈린스키는 소련의 국민으로서 살았고 교육을 받았지만, 혁명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신문화는 수호믈린스키가 훌륭한 교육자가 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자라난 우크라이나의 자연과 전통을 소중히 했고 자신이 배운 따뜻한 시선을 아이들에게도 가르치고자 노력했습니다. 가장 기본으로 학생들에게, 또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슬기롭고 지혜로우며 따뜻한 시선으로 살아가고 생명과 자연, 인간을 소중히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자 노력했던 훌륭한 교육자였습니다.
수호믈린스키가 태어난 시기는 러시아 아동문학이 꽃을 피우던 때였습니다. 물론 19세기에 톨스토이는 글을 익히지 못한 농민과 어린 아이를 위한 교육에 전념했지요.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민담을 바탕으로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썼는데, 우쉰스키라는 교육자도 그랬습니다. 수호믈린스키는 러시아의 위대한 교육자들과 20세기 초에 발달한 러시아 아동문학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20세기 아동문학작가들은 단지 교육이 목표가 아닌 아이가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문학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세면대를 의인화해서 아이에게 씻어야 하는 이유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작품을 쓴 추콥스키, 즐거운 동시를 만들고 뛰어난 작가들을 아동문학에 끌어들인 마르샥은 이 당시의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며 출판인이었습니다. 이들의 작품은 현재의 아동문학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구실을 했습니다.
아동문학은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책임지고 그들이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뛰어난 지침서입니다. 그러나 아동문학이 너무 교훈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다보면 자칫 어른들의 사고방식에 맞는 맞춤형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방향성은 아이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빼앗을 수 있다는 걱정을 낳습니다. 그러나 수호믈린스키는 이 책에서 아이를 어른의 생각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행동, 이웃 사람, 둘레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이런 수호믈린스키의 교육법은 비단 아이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어른들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입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가면서 대화를 하도록 하고, 그 안에서 창의성과 깊이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찾도록 하는 수호믈린스키의 이 작품은 아이가 정말 즐기면서 재미있게 그 안에서 교훈을 찾게 하는 러시아 아동문학의 뛰어난 선배들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 전통 속에서 수호믈린스키 자신의 교육철학을 녹아내는 이 짧은 이야기들은 한국의 아이들 역시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배려하며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가르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원제는 “Хрестомация по этике”이며 번역하며 “윤리독본”이란 뜻입니다. 윤리를 배우는 이야기 모음집이라는 것이지요. 좀 딱딱하고 어른 책 같은 제목을 아이들이 다가가기 쉬운『생각의 뿌리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으로 붙인 것은 이 책의 본질을 꿰뚫은 좋은 제목이라 생각됩니다. 이거야말로 수호믈린스키가 바라던 제목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책의 내용과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거친 번역을 잘 다듬어서 책이 나올 수 있게 애쓴 고인돌 출판사에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