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으로 산 지 아직 십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운 좋게도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고, 다양한 공연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을 인터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극인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연극과 관련된 흔적들이 모이면 결국 그건 대전지역 연극의 역사가 되진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엮어나갔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공연과 극단, 연극인들의 현재 이야기를 쌓다 보면 그게 과거 대전지역 연극의 흔적과 맞닿아서 우리 대전지역 연극의 작은 역사가 될 것이라 봅니다. 몇 년간 기록했던 극단이야기, 연극인들의 이야기, 공연예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여기다가 한번 엮어봅니다.
연극이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이건대 이토록 미치도록 매력적으로 삶 속에 다가올 수 있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연극은 저에게 자유로움을 줍니다. 저는 가끔 연극은 살아있는 생물체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매순간 다릅니다. 그래서 너무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연극의 매력이 있습니다. 똑같지 않기 때문에... 해틀린 교수는 ‘연극은 인간이 스스로를 확대하고자 하는 욕망의 산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제한된 육체에 갇혀있는 인간이 무대라는 곳을 발판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무한히 확대되고 나 아닌 다른 인생을 통해 다른 경지까지 이해하고자 하는 본능이 결국 연극을 낳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연극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예술이라고 합니다. 그 오래된 역사를 지닌 연극이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텔레비전, 영화, 유튜브 등이 생겨났음에도 여전히 살아남았다는 것은 분명 연극만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연극은 우리들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다양한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파고들어 표현하며 우리 삶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건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날것의 마주침과도 같습니다. 때론 연극은 단순한 오락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때론 묵직하게 사회적 철학적 존재론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의 삶이 있는 곳에 언제나 연극은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연극은 우리들 삶 속에서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삶이 머무는 곳에 연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