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밝힌 대로 나의 아호가 후백厚柏이다. 이건 1994년에 작고하신 내 선친 김용태金容泰 박사의 아호 만백晩柏을 계승한 거다.
만백은 '늦은 잣나무'란 뜻이다. 장본인께서 늦게 학문의 세계에 들어섰음을 비유하여 스스로 작명했다. 나 또한 철이 늦게 들은 걸 자각한 끝에 그 열매가 더디 열린다는 '잣나무'를 원용해 후백이라 칭했다.
잣 열매가 비록 작지만 좀 두텁고 튼실해지란 취지에서 '두터운 잣'이라 이름 붙였다.
만백께선 생전에 여러 권의 법학 서적(상법 등)과 수상록을 펴냈지만 회고록을 쓰진 않았다. 나 또한 정치·사회평론 등 저서가 제법 있지만 회고록 쓸 생각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번 '한국현대 인물론'을 쓰면서 '팩션'이란 이름으로 선친 회고록을 집필했다. 팩션이라 했지만 픽션 1,2할 정도였다. ('한국현대 인물론'·119~174면)
이번에 이걸 본서에 재수록하고 그 뒤에 나의 회고록을 써 넣었다. 후자는 1백% 논픽션임을 밝혀 둔다. 아쉬운 대로 부자 회고록의 형식을 띠게 되었다.
독자 제위의 일독을 바라마지 않는다. 회고록 제명을 '영예의 상흔'이라 한 건 선친과 내 삶의 끝이 비록 영예롭게 장식되긴 했지만 둘 다 그 상흔傷痕도 만만치 않음을 고백한 걸로 받아들여줬으면 한다.
그런 맥락에서도 우리 부자는 '지독한 닮은꼴'인 셈이다.
2017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