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는 내가 살아온 길 위에 그려진 나의 자화상이다.
그 길이 봄바람 살랑대는 길일 수도 있고, 땡볕에 소금사막을 건너는 길일 수도 있고, 눈보라치는 벌판일 수도 있다.
실개천일 수도 있고 넓고 큰 강일 수도, 뱃길 험한 바다일 수도 있다.
그 길 위에 새겨진 그림이 나의 본모습이고, 또한 내가 이제까지 써 온 시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왔는가?
탑돌이 하는 여우가 늑대가 구렁이가 ……
지난날의 내가 아니었을까?
더 놀라운 그림은 사람 탈을 쓰고 살아온 그 모습이 바로 나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