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보니, 부끄럽게도, 여기에 모은 소설은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 초고를 쓴 것들이었다. 2016년에 등단을 하고 그 후에도 미적미적 고치다 말다 다시 쓰다, 새로 쓰다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보냈으니 참으로 게으르고 방만했다. 가끔 어둠 속에서 물끄러미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고 느꼈는데 그것의 실체를 이제야 알겠다. 현실의 나는 이미 2022년에 와 있는데 매조지 못한 시간과 마음이 그대로 남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이 책으로 그 시간과 마음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이유 없이 쓰고 싶어서 썼고, 써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썼다. 앞으로도 현실과 시간차를 두고 느릿느릿 쫓아가는 미욱한 글을 쓰며 살 것 같아 불안하다. 그러나 불안의 징조인 이 책을 얻게 돼 이 순간만은 그저 기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