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녹동에서 태어나 울산에 살고 있습니다. 2015년 《아동문예》에 동시로 등단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집 『악어책』을 출간했습니다.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동아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동화마을논술학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좋은 문장을 만나면 행복해하며 살고 있습니다.
가깝고도 먼 이야기
돌멩이들도 가끔 기분 나쁜 일이 있나봐요.
나를 째려보는 거 있죠.
꼭 사춘기 아이 같았어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 혼자 두었어요.
한참을 서 있었거든요.
돌멩이가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요.
집에 놀러 오라고 초대까지 했다니까요.
재미난 이야기를 선물로 들고 갔어요.
동백나무 아래였어요.
돌멩이 속에는 돌멩이만 사는 게 아니었어요.
말풍선을 먹고 이야기를 뽑아내는 거미도 있었고
오리배를 타고 싶은 오리도 있었고
두 발이 빨간 비둘기도 만났어요.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마음까지
알록달록하게 달그락거리고 있었어요.
거기서 밥 먹고 책을 읽었어요.
만화영화를 보고 피아노도 쳤어요.
가끔 날아오는 동박새를 만난 적도 있어요.
동백나무에게
동박새에게
거미에게
물방울에게
파리와 모기에게
이름을 짓고 불러주면서 가족이 되었습니다.
돌멩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돌멩이 속에서 돌아가신 엄마를 만났고,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습니다.
돌멩이가 물컹하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돌멩이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싶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것처럼.
거북이가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동시들이 사는 집에
어떤 이야기들이 열리고 닫힐지 거북이도 궁금한 걸까요.
이야기가 듣고 싶으면 들르세요.
가깝고도 먼 집 비밀번호는 ‘내일의 돌멩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