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셰이퍼는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에서 35년간 중국학 교수로 재직하며 20세기 중국학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1913년 시애틀에서 태어난 그는 온 가족이 로스앤젤레스로 삶의 터전을 옮겨 유년시절을 보냈고, 대공황으로 인해 대학 진학이 어려워 식료품점에서 7년간 일하기도 했다. 그 기간 LA 공립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읽었고 고대 이집트를 독학하는 등 고대 문화에 매료되었다. 뒤늦게 UCLA에 입학한 후 3학년 때 UC버클리로 옮겨 인류학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하와이대학 장학생으로 진학해 ‘당대唐代의 페르시아 상인들’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곧이어 하버드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으나 1941년 태평양전쟁에 참전하면서 연구가 중단되었다. 전쟁 중 해군 정보국에서 일본어 해독을 담당했고, 이때 일본어를 마스터할 수 있었다.
1945년 전쟁이 끝난 후 UC버클리로 돌아와 ‘오대십국 남한南漢의 마지막 황제 유창劉?의 통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곧바로 동양어학과 교수로 채용되었다. 1949년 대학 당국이 모든 교수진에게 반공산주의 충성 서약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18명의 동료와 함께 해고되었다. 나중에 복직된 그는 재직 기간 내내 대학 정책 변화에 힘써 1970년대에 최초의 여성 교수가 임용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그는 철학, 언어 능력, 고전 텍스트가 중국학Sinology에서 중요한 요소들이라는 믿음을 견지했다. 이는 역사 및 사회 과학 이론을 강조한 당시의 지역학 주류 연구 흐름과 대조되는 접근법이었다. 1975~1976년 미국 동양학회 회장을 지냈다.
대표적인 저서로 대당제국의 이국적 수입 문화와 사회적 영향을 방대하게 다룬 『사마르칸트의 황금 복숭아 The Golden Peaches of Samarkand: A Study of T’ang Exotics』(1963), 당나라 시대 중국 남부의 토착 부족 사회를 탐구한 『주작朱雀: 중국 남부의 당나라 이미지들 The Vermilion Bird: T’ang Images of the South』(1967), 시와 산문을 통해 당나라의 천문학과 점성술을 다룬 『보허자步虛子: 별에 대한 당나라의 접근Pacing the Void: T’ang Approaches to the Stars』(197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