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 단맛'에 대하여
누대(累代) 종갓집인 시댁은 학사 출신인 저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습니다. 60년대 중반의 일이지요. 가난과 벅찬 인습이 싫어 이혼도 생각했습니다. 허지만 이혼을 하지 않고 연하의 남편을 위해 노심초사했습니다. 마음을 크게 먹었지요. 밤을 낮으로 삼아 노력하여 남편의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혼인 7년만에 석사, 35년 만인 2000년 2월에 남편에게 박사 학위를 안겼습니다.
본인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저도 협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가난 속에서 잦은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 층층시하, 벅찬 인습. 모두 눈물로 살았습니다. 살았던 이야기를 눈물로 쓰다가 다시 마음을 돌려 콩트로 반전을 했습니다. 제 책을 읽은 분들이 처음에는 '픽픽' 웃다가 나중에는 울었다고 하더군요. 손에 들면 재미가 있어 놓을 수가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울산에서는 약간 떠들썩했어요. UBC에서 '여자의 일생'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방영도 했고, KBS에서는 30분간 대담도 했습니다. 인생이란 별거입니까? 더군다나 여자는요. 지금 저는 제 2탄 쓴맛 단맛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 글은 지독한 며느리 위치에서 해방되고, 다시 신세대 며느리를 맞이한 시어머니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이랍니다. 그것도 콩트로 엮고 있어요.
쓴 글을 읽으면서 아주아주 행복을 느낀답니다.
정말 인생은 쓴맛 뒤에 단맛이더라구요.
(2000년 9월 17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