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짧은 글에 선명한 이미지를 담아내는 시 창작에 묘미를 느꼈다. 그래서 내 문학 여정의 처음에는 시 창작에 몰두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나는 늘 부족감을 느꼈다. 천성인지 몰랐다. 가슴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야기들, 나를 만들어 놓은 아버지 어머니의 지난한 삶의 역정(歷程), 그들이 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역사가 내 안에 쌓여 있어 살아내야 하는 생활 속에서도 그것들을 풀어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그래서 늦은 나이에 소설을 시작했고 십여 년 줄기차게 써왔다. 그중 일부를 엮어 첫 소설집을 낸다. 마음이 조금은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