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은 전북 무주에서 태어났어요. 산에 번쩍, 들에 번쩍,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어린
시절 마음껏 뛰놀며 자랐어요. 그 덕분에 동화작가가 된 것 같아요. 언제나 아이들과 깔깔거리며 뒹굴 뒹굴 책 읽는 날을 기다려요. 그림책 「게으름 귀신쫓은 팥죽 한 그릇」,「 눈은 번쩍번쩍! 입은 찌이잉 찌이잉!」을 냈고, 공저「 참 달콤한 고 녀석 동시집」이 있어요.
어느 날 길을 가다 택배 상자를 로봇처럼 붙여 입고 노는 형제를 봤어요. 어찌나 귀엽고 우습던지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세워 줬지요. 집에 와서도 계속 웃음이 나면서, 그 집 부모는 아이들 덕분에 유쾌할 것 같아 부럽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악동 같은 아이들 때문에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림책 『눈은 번쩍번쩍! 입은 찌이잉찌이잉!』은 삶이 힘들기도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가족 간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예요.
피곤하다며 놀아주지 않는 아빠가 미운 악당 같은 아이들, 바빠서 번번이 약속을 어기게 되는 아빠,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녹초가 된 엄마, 해마다 가족들을 위해 곡식을 보내주시는 외할머니, 최선을 다하지만 힘들어하는 아들이 걱정인 돌아가신 할머니까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언제나 마음속으로는 서로를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 아빠도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았고, 그 사랑은 다시 아이들에게 전해져요. 우리 모두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알 수 있어요.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안 계신다면 요즘처럼 힘들 때, 우리의 엄마 아빠는 어디에서 위로를 받아야 할까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힘이 나지 않을까요?
아직도 악동일 것 같은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대신 엄마 아빠를 위로해 줄 거예요. 힘이 솟는 구호 <눈은 번쩍번쩍! 입은 찌이잉찌이잉!>를 외치면서요.
그림책을 만드는 일은 놀라운 일입니다. 모든 상상했던 것을 구체화해 가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경험을 갖게 되는 일입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은 동화를 쓸 수 있게 이끌어준 박예분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며 힘들 때마다 서로에게 용기와 응원을 아끼지 않은 문우들 덕분입니다.
그림책 한 권이 누군가의 마음을 잘 살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