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담배 몇 개비를 피워도 아무런 글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온몸을 비틀고 쥐어 짜내봐도 고작 단어 하나에 막히고 마는 순간들. 반면 이 작품을 쓸 땐 쓰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글들이 제멋대로 튀어나와 당혹스러웠다.
아마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그때 나도 가장 낮은 바닥에 웅크린 채 수음이나 하고 살던 시절이었기에 그럴 것이다. 아마 그들의 말과 행동이 내 삶에 대한 변호처럼 느껴졌기에 그럴 것이다. 아마 이건 소설이 아니라 그들과 나누는 저급한 뒷담화 내지는 한탄을 기록한 낙서일 뿐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럴 것이다. 그게 아니면, 아마, 결국 쓰는 것 말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꼭 나인 것 같고, 그래서 퍽 예쁘고 자랑스러워 어디다 내놔도 굶어 죽진 않겠다 싶다가도 데면데면해지고 밉고 쪽도 팔리고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고 또 밉고 종종 몇 대 때려주고 싶기도 하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