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오지Ⅱ를 내면서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삶이었지만 많은 변화를 바라보면서, 겪으면서 지나온 것 같다.
1960년대의 물질적으로 궁핍했던 시절,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 경제개발을 위한 온 국민의 피나는 노력,
1980년대의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불태우며 거리를 누비던 거대한 물결들을 타고 넘어, 2000년대에 들어선 지금, 물질적 풍요로움은 충분히 누리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아쉬움은 덜 채워진 욕심인지 어떤 모자람인지 잘 알 수가 없으나 가슴 한 구석이 뚫려진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낀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등에 업고 시작된 도시 개발 사업은
돈의 권력을 앞세워 경제적 약자인 원주민들을 낯선 타지로 내몰고,
그들의 땀 냄새가 배어있고, 애환이 서려있는 기억의 공간을
싸늘하고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로 하나 둘 지워 버리고 있다.
이렇게 우리들의 작은 기억들이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군데 군데 조금씩 남아있는 기억들을
작은 사진으로 기록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사라진 기억들을 조금이라도 더 되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지역을 탐사하고, 한걸음이라도 더 걸으며, 한 장이라도 더 많은 사진으로 남기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비록 하찮은 기록들이지만 후일 작은 기억이 되어 시대를 함께했던 사람들이
잠시나마 마음의 고향, 대구의 골목을 추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그 곳을 찾아 나선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