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소년은 서울올림픽이 마냥 좋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축제의 설렘이 좋았고, 이 축제의 중심이 된 디자인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서울올림픽에 관련된 것들이라면 무조건 다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년이 지금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된 저입니다.
이 책의 시작은 그동안 수집했던 서울올림픽 자료들이 쌓여가면서,
이 모든 것들을 모아 책으로 엮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의 취향과 추억이 담긴 기록으로 말이죠.
책을 기획하던 중 저는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서울올림픽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잊혀가는 1988년의 축제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추억이 담긴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봄부터 가을까지 수집을 하는 동안 많은 분들께서 기꺼이 이 즐거운 작업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한 추억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가슴 따뜻하고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추억 안에는 서울올림픽 엠블럼과 호돌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세기의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해졌습니다.
엠블럼을 디자인하신 양승춘 교수님, 그리고 호돌이를 만드신 김현 선생님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던 중 양승춘 교수님의 별세 소식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었고,
‘호돌이 아빠’ 김현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가슴 뿌듯하고 떨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책은 서울올림픽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 부터 88서울올림픽을 좋아했던 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시선이 담긴 아카이브 북입니다.
돌아오는 2018년은 88서울올림픽 개최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잊고 지내던 우리 모두의 추억을 회상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0년 전의 앨범을 꺼내어 소중한 사진과 추억을 공유해주신 분들과
故 양승춘 교수님, 김현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