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이라는 단어와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다. 단어가 주는 감정과 의미는 다양하다. 저마다 오래된 집이 주는 의미와 떠오르는 기억, 관련 검색어라든가 감정을 다루는 사전이 있을 것이다. 내게는 이 단어가 ‘시간과 함께 살아왔다’는 의미와 기억으로 다가온다. 어딘지 모르게 묵직한 안정감이라든가 굳은 믿음, 신용을 상기시켜준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몇 십 년 된 오래된 맛집은 역사와 존재 자체만으로도 맛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예다. 시간과 신뢰는 떼어놓을 수 없다. 오래된 일기장, 오래된 친구, 오래된 연인, 오래된 정원과 오래된 장난감들. 아쉽지만 보장된 신용만큼 부정적인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 시간이 경과한 만큼 오래된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원래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가치를 일부, 혹은 전부 상실하거나 기능이 쓸모없게 되었을 수도 있다. 세월의 풍화와 침식 덕분에 여러 겹 쌓인 먼지는 다소 각오해야 할 것들이다. 새 것이 주는 매끈매끈하고 번쩍번쩍한 광택은 없겠지만 손때 묻은 은은한 부드러움, 그 안의 역사는 돈으로 살 수 없다. 머리글이야기는 남는다. 그거면 됐다.6 부천의 오래된 집 의미를 찾다 보면 잊고 있던 추억이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어딘가 석연찮은 생각이 드는 것은 미련 때문일까. 대한민국처럼 시대에 맞춰 발 빠르고 강하게 유행을 타면서 변화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것이 남아 있다면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의미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된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라는 것도 새집에서 살아보지 못하고 별 거 없이 오래된 집에서 계속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오래된 집의 지나간 시간은 건재하다는 점이다. 찾다보면 적어도 이야기는 남는다. 그거면 됐다, 라는 마음으로 책을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