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회부를 시작으로 언론계에 발을 들였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했다. 중국에서 귀국한 후 1년 만에 림프종 3기 판정을 받아 현재 투병 중에 있다. 투병 중 겪었던 경험을 인스타 계정(itis_okey)에 인스타툰으로 연재하고 있다. 긍정적인 자세로 투병하며 암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유난히 먹는 것을 좋아해 베이징 특파원을 하며 중국 곳곳에 맛 기행을 다녔다. 특유의 먹성으로 항암치료 중에도 체중이 20킬로그램이나 불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 음식문화에 관해 글을 써왔으며,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홀리데이북스), 《중국의 맛》(따비), 《나의 첫 차수업》(얼론북) 등을 집필했다.
여기, 차를 권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차는 어떻게 마셔야 하나요?”
차회(茶會)를 진행하러 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질문하는 사람의 의도는 분명하다. 차를 마시고는 싶은데 어떻게 마셔야 할지는 모르겠고 또 답답하니 묻는 말이다.
차는 어떻게 마셔야 할까? 기술적으로 설명하긴 쉽다. 찻잎을 차호(茶壺)에 넣고, 물을 붓고, 조금 기다렸다가 잔에 따라 마시면 된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어렵다. 질문자 역시 이 과정을 몰라 묻는 것이 아니다. 막상 하려면 어려운 그 지점을 묻는 것이다. 차회는 길어야 두 시간. 질문자를 붙들고 차회 시간의 두 배가 넘는 네 시간을 떠들어도 막상 하려면 어려운 그 지점을 설명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게 바로 초심자가 차에 유달리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처음엔 호기심에 다가왔다가, 아이쿠! 아니구나 싶어 돌아가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나면 선물 받아 부엌 찬장 한쪽에 둔 찻잎은 이삿날 쓰레기 봉투행을 면하기 어렵다.
?차를 처음 마시면서 내가 했던 질문이자 차 생활을 하며 늘 듣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쓴다. 차회를 하는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해줄 수 없는, 조금은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라고 생각해도 좋고, 평범한 다인의 차 생활기라 생각해도 좋다. 차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 가장 쉽고 편안하게 차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을 쓰고자 노력했다.
차를 어떻게 만났고, 어쩌다가 빠져들게 됐는지, 차 우리는 법을 어떻게 배웠고, 어떻게 우리면 좋은지 등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찻집에 앉아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내가 만났던 좋은 차들을 소개하고 다인들이 사계절 어떤 식으로 차를 즐기는지도 꼼꼼히 적었다.
이 책을 다 읽는다고 해서 차에 통달하거나 차의 맛과 향을 완벽히 구별해 내는 초절기(超絶技)를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차가 이렇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지식을 조금 맛볼 수 있을 뿐이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도 조금 더했다. 차를 마시면서 만났던 차우들과의 추억 이야기다. 내가 지금까지 차를 마실 수 있게 도움을 줬던 차우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작은 선물이라고 할까?
우리나라에도 최근 차 붐이 일고 있다. ‘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전과 비교해 차에 관해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다. 요즘 들어 차 마시는 법 좀 알려달라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찾아온다. 길고 긴 코로나의 터널을 빠져나와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싶은 작은 바람들일까, 바쁜 일상에 쉼표 하나 두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뭐가 됐든 다인으로서 나를 찾아온 모두에게 차를 권하고 싶다.
차 업계에는 기라성 같은 고수들이 많다. 내가 말을 보태기 송구할 정도로 깊은 내공을 가진 분들이다. 좋은 책들도 이미 많이 나와 있고 간절히 원한다면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차 마시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다만 이 책을 통해 그런 좋은 분들 앞으로 초보 다인을 인도하고 스스로 차를 마시는 법을 익힐 준비를 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을 뿐이다.
차 이야기가 지루해질 때쯤에는 차의 기원을 찾아 역사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차보다 더 눈이 가는 다구 이야기가 구매 욕구를 자극할지도 모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각각 어울리는 차가 무엇인지, 어떤 차호에 어떤 차를 우려야 맛이 좋은지 초심자를 넘어선 다인들에게 좋은 팁이 될만한 내용도 담았다.
책을 따라 천천히 차의 세계로 발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집 어딘가에 두고 잊었던 차를 꺼내 다구가 될 만한 그릇을 찾아 차를 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려낸 차를 마시면서 스마트폰 검색창에 집 주변 찻집을 검색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이 책은 임무를 다한 셈이다. 그게 이 책을 쓰는 목적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전부다.
고단한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삶의 무게에 짓눌려 낙담했을 때, 나에게 가장 위안이 되어 주었던 차를 세상 모든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다. 가끔 너무 힘든 날은 친한 친구도 가족도 만나고 싶지 않고 혼자 있고 싶은 때가 있다. 그때 내 곁을 조용히 지켜주던 차의 위로를 모두에게 알려드리고 싶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더는 차가 어렵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친근하고 편안한 친구가 되어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