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신당동 80-21번지에서 나다
영미다리(말 듣지 않는 아이를 주워 왔다는. 모든 아이들은 고아였다), 텔레비전 딱지, 박치기왕 김일과 권투왕 김기수, ‘우리는 민족중흥의……’ 국민교육헌장 외우기, 서울소재 중학교 무시험전형-뺑뺑이, 청계천변 헌책방 어슬렁거리다, 이소룡과 오드리 햅번에 매혹되다. 교련복과 제식훈련, 삼일로 창고극장, 추송웅 빨간 피터의 고백, 밤을 잊은 그대에게, 종로서적, 비원 돌담길 새점(占)
서울예전 문창과, 최인훈 선생 『광장』, 프레리 페다고지, 강만길 분단시대의 현실인식, 아 광주! 유비-통신의 진정성, 안경 너머 시린 눈의 오규원 선생. 잡지사와 출판사를 전전하며 밥 먹다, 구파발 지나 용두리 셋집 초등학교 동기동창과 신혼살림 차리다
결혼 초에 썼던 중편소설을 투고한 아내 덕으로 등단(『문학과사회』1993, 여름호, 「몽유병에 걸린 하수구 구멍」), 서울예전 문창과에서 「소설창작특강 I, II」로 사기 치다(미완이기 때문에, 소설쓰기는 계속된다. 최고의 작품은, 아직 쓰지 않은 내 안의 소설), 「변명, 혹은 오해, 그리고 반향과 혼란과」(중편소설) 등을 발표하다
불혹인데, 유혹의 손길에 몸이 타다, 중편소설집『틈을 위한 변주』(문학과지성사)를 내다, 『불광』에 엽편소설 「말(馬처)럼 뛰는 말(言) 생각하기」(박꽃 시간에 뜬 달맞이꽃 두 송이, 수박씨와 아버지, 그때 그 시절을 아시는지, 극쫑, 틀니 끝에 매달린 저녁 식사, 삶은 감자 한 알 등) 연재,「당신의 눈 속에 숨은 당신을 위하여」,「두 대의 버스가, 나란히 질주하는」,「풍경이 밀어낸 자리」등을 발표, 서울예대 문창과 강의를 그만두다(14년 시간과 젊음(?)을 소진하다)
그래, 하늘이 뭐라시던(知天命)? 마당 풀 뽑기로 시작하는 봄날 아침은 변함없고, 텃밭 소출은 품값도 못되는데, 생계와 무관한 소설 쓰기와 노자 읽기로 시간 죽이며, 아내와 거세종 슈나우저 나무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