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생존했음’은 많은 사람이 삶을 살아가도록 해줍니다. 역사가 집단 기억의 일종이라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생존했음’이, 그들에 대한 기억들이, 핏줄처럼 흘러 우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생존하도록 해주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곧 자기의 인생이자, 누군가의 후생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비극은 한 사회에 있어서는 누군가의 ‘생존했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한 개인에게 있어서는 누군가의 얼굴을 그려내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아버지의 얼굴을 그려내지 못하는 아들의 두려움과 슬픔을 희곡에 담으면서, 희곡이 기억이 되는 순간을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