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면,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던 강가 풍경이 떠오른다. 나무가 늘어선 강둑을 따라 걷다 모래밭을 가로지를 때면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보였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비치는 웅덩이 안에는 반투명한 송사리 새끼들이 고물거렸다. 새까만 눈이 머리만큼 크고 몸통이 납작했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저마다 신고 온 고무신을 벗어 물을 채우고 송사리 새끼들을 한 줌 떠 가두었다. 소금쟁이나 물방개, 풍뎅이 그리고 개미까지 잡아 넣었다. 얘들이 심심할까 봐 나뭇잎이나 꽃도 따다 주었다. 이런 신발 놀이가 물리면 자갈로 수제비도 떴다. 강물로 뛰어들어 물장구도 치고 개헤엄도 쳤다.
어느새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추위로 입술이 파래지면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더 놀고 싶지만 애써 잡아 놓은 송사리와 곤충들은 기꺼이 물웅덩이에 풀어 주었다. 가끔은 큰 물고기가 아까웠지만 그냥 강에게 돌려주었다. 고무신을 신으려면 비워야지 어쩌겠는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빈손이었지만 질컥거리는 고무신 소리가 즐거웠고 우리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