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그때부터, 그 작은 방에서부터 소설을 써왔던 건 아니었을까. 왜 하필 소설인가, 라는 질문에 그것은 언제나 소설이었다는 대답. 어릴 적 그 방에서 시작한 이야기의 씨앗을 키우기 위해 지난 수십여 년을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렇다면 내가 했던 성과 없는 허무한 모험들에도 다 제각각의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대는 작은 여자아이들의 방은 이제 내 마음속에 있다. 여행 끝에 도착한 곳은 소설이었다. 그 세계는 거대하지만 단 한 권의 책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기도 하다. 나는 이 세계를 사랑한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