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되지 않는 자연에서 시의 길을 묻고 시인의 길을 시름겨워 하면서도 가고 있다.
참 많이도 변화된 미루나무 신작로를 걸으며 시나브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본다.
시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신조만은 안고 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지나온 시간과 오늘의 삶의 무게를 만지작거리며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되뇌지만 돌아서면 거짓말이 되고 만다.
오늘날 우리 시의 과제라 할, 난해성과 운율 상실의 문제, 산문화, 현실 배제와 시의 자기중심화 등, 머릿속을 떠나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여덟 번째 시집 『서툰 곡선』을 내보낸 지 6년이 되었다.
부끄러운 얼굴이지만 아홉 번째 시집을 내밀어 본다.
상수上壽인 어머니의 안부가 궁금하다.
-2019년 여름 백두산 천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