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사건·사고를 당할 수 있습니다. 개물림 사고라든지 사기분양, 동물병원에서의 책임소재, 소음문제, 사고 이후의 손해배상과 형사책임 등등 상당히 곤혹스러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 책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설립된 반려동물법률상담센터(건국대학교 LINC+사업단)에서 지난 2019년 6월에서 2020년 7월까지 접수된 반려동물과 관련된 법률적 문의사항과 그에 대한 답변 내용을 묶은 것입니다.
이 기간 중에 접수된 86개 사례를 7가지로 유형화해 분류하였습니다. ① 개-사람 물림 ② 개-개 물림 ③ 동물병원과 관련된 분쟁 ④ 분양과 관련된 분쟁 ⑤ 동물 이용 시설과 관련된 분쟁 ⑥ 강아지 관련 사고 ⑦ 기타 사건·사고가 그것입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물림 사고는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6건의 개물림 사고가 일어난다는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로 센터에 접수된 사례 중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동물병원과의 의료분쟁도 적지 않았으며, 사기분양을 비롯한 다양한 계약위반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동물학대나 유기, 공동주택에서의 소음, 동물호텔이나 미용실 이용과 관련된 분쟁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하니 이제는 서너 집 걸러 한 세대가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고령화 및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반려 가구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 어릴 적 기억을 돌이켜 보면, 당시에도 많은 집에서 개와 고양이를 길렀습니다. 그러나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크게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개와 고양이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을 ‘애완동물’이라 불렀습니다. ‘애완(愛玩)’은 무엇을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즐긴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애완동물보다는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라는 뜻을 지닌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 부르고 있습니다(‘반려동물’이란 말은 1983년 동물행동학자로 유명한 콘라트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1903년~1989년)의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전문적 학술용어가 상당히 짧은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법원도 판결문에서 이제는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예전과 많이 달라진 점은 주거양식의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크든 작든 대부분의 가정이 개인주택에 살았습니다. 때문에 집을 지켜줄 개가 필요했고, 쥐를 잡아줄 고양이가 필요했습니다. 가축으로서 일정한 역할과 용도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인구의 상당수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지금은 개와 고양이에게 이러한 ‘용도’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우리 삶의 반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많은 상담사례에서 반려인들의 그러한 정서를 강하게 느꼈습니다.
이와 같이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상당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빠른 변화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상당수의 갈등도 여기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얻는 기쁨도 크지만 보호자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많은 책임도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셔야 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국가의 동물들이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인류의 지성 마하트마 간디의 말입니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습니다. 센터의 설립 때부터 관심과 지속적 지원을 해주신 건국대학교 LINC+사업단의 노영희 단장님과 많은 사례들을 친절하게 받아서 분류해 주신 이미순 선생님, 자료를 깔끔하게 정리해 준 이진 석사 그리고 구슬을 꿰어서 보배로 만들어 주신 박영사의 김명희 차장님과 김한유 대리님께 감사드립니다.
2020년 1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