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학교에서 촬영조명을 공부하고, 촬영감독으로 지낸다. 「그리고 진흙배는 간다」(2013), 「칠일」(2015), 「풀사이드 맨」(2016), 「지구는 축제로 시끌벅적」(2017), 「보통은 달린다」(2018), 「외침」(2019) 등 와타나베 히로부미의 작품을 주로 맡아 작업했다. 영화만큼이나 음악이 좋아 서울 마포에 레코드숍 방레코드를 차린 뒤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생활한다.
어느 날엔가 들렀던 재즈 매장에서 눈에 띄는 재킷이 있었다. 녹색 배경에 희미하게 실루엣 처리된, 배를 탄 사람이 그려진 음반이었다. 그건 허비 행콕의 <메이든 보야지(Maiden Voyage)>였다. 재즈 음악은 잘 몰랐지만 재킷이 멋있어서 샀다. 가격도 1000엔 이하로, 저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블루노트라는 레이블 음악이었는데, 도시바 EMI라고도 적혀 있었다. 일본 라이선스 음반이었던 거다. 아무렴 어떤가. 내 방에 돌아와 턴테이블에 올렸을 때는 재킷 이미지와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오디오 시스템이 보잘것없어서 소리가 좋다거나 그런 것은 몰랐다. 그냥 음악이 좋을 뿐이었다. 허비 행콕으로, 처음 블루노트를 접하게 된 것이다. 블루노트 레코드가 좋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지만 나한테는 아직 비싼 음반이었다. 세월이 흘러 수중의 레코드 컬렉션이 어느 정도 수량을 갖추었을 무렵, 나는 음반 판매를 시작했다. 자연스레 재즈 LP도 많이 들여 왔다. 그중에 블루노트 앨범들도 여럿 있었는데 지금의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으니 완전히 다른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생생한 악기 소리와 현장감이 몸으로 느껴졌다. 마치 레코딩을 하는 스튜디오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아직도 들어보지 못한 블루노트는 수없이 많은데, 차근차근 들어볼 생각에 흥분이 된다. 일본의 중고반 매장 도서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 <BLUE NOTE COLLECTOR’S GUIDE>는 블루노트 컴플리트컬렉터가 썼다는 문구만 보고 당장 구매했었다. 기대대로 딱딱하고 설명적인 전문서가 아니고 저자 본인의 컬렉터 인생이 담겨 있었다. 재즈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블루노트를 알게 되고, 결국 완벽한 컬렉션을 갖추기까지 삶의 여정이. 캐주얼한 문장과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그 미소 너머로, 컬렉션의 묘미와 음반 정보를 습득했다. 재즈 관련 서적을 드물게 만나게 되는 한국에 언젠가는 꼭 소개해보고 싶단 마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