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눌러 쓴다는 것은 수많은 허무자락을 깊이 묻어 둔다는 것 아닌지.
그 말을 알기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
미수를 앞둔 날에 조금 씩 감득 되는 것 같다.
시조집 4집을 낸지 벌써 10년이 넘는다.
그 동안 나름대로 지병을 잘 다스려 그런대로 보냈지만
잔병은 한 둘씩 자꾸만 쌓여갔다.
지난 봄 25년 만에 병이 재발되어 재검을 받았다.
나이가 많은 탓으로 두 번 째 시술은 힘들단다.
그간 써 온 시를 정리 하여 시집을 내 고저 하는데 부족함이 너무 많다.
젊은 사람 같지 않고 나이 든 사람은 시집을 낼 수 밖에 없다.
젊어서는 잡지사 근처에 자주 드날 수 있지만
나이 많은 사람은 그럴 수도 없으니 천상 시집을 낼수 밖에는...
갇혀 있으니 작품성에 편협 된 면이 많이 발견이 된다.
나이 먹으면 순발력은 떨어져도 사고는 그리 처지지 않는다지만,
나는 그러하지 못하다. 그러하니 안타까울 수밖에...
글을 쓰는 사람에겐 글 못쓰는 것은 고통스런 큰 일로 형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90이 훨씬 넘었어도 왕성한 창작력을 발휘하는 분 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쓰러졌다 겨우 일어나 제일 먼저 생각에 잡혀진 것은
머잖아 손발을 놓게 될 터인데, 그 전에 열심히 써 두자는 생각이다.
하지만, 보다 앞서는 것은 언어를 잃어가는 마음의 상실감이다.
소중한 언어 그의 상실로 인한
참담히 무너지는 마음의 허무에는 서글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때는 괜한 팔자타령을 하게 되어진다.
남은 날은 밝혀 들자 지만 여의치 않은 날이 될 것 이란 생각이 자꾸만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