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전문 번역가. 영화 번역과 방송 번역을 했고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지금은 책을 번역한다. 리베카 긱스의 『고래가 가는 곳』을 옮겼고, 이 책으로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역서로 데니스 덩컨의 『인덱스』, 니클라스 브렌보르의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나오미 배런의 『쓰기의 미래』가 있다.
이 책을 적어도 세 번에서 어떤 구절은 수십 번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이 책이 어떤 이야기로 직조되어 있는지 간단히 밝히고자 한다.
· 르네상스의 서막을 연 인간들의 책과 관련된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 왜 동양은 금속활자를 먼저 발명하고도 20세기가 다가올 때까지도 목판인쇄술을 고집했는지에 대한 해명이 있다(나는 국사책에서 한국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었다는 구절을 봤을 때 그런데 왜 구텐베르크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았는지 꽤 궁금했다).
· 종교개혁을 둘러싼 웃픈 얘기가 있다(같은 신을 믿는 두 종교가 서로에게 가하는 그 꼼꼼하고도 지독한 적대행위는 가히 가공스럽다. 물론 이 책에서는 책을 통해 이루어진다).
· 평소에 고수하던 신념이 개인의 이해와 충돌하면 그 신념을 180도 뒤집은 이의 이야기가 있다(헨리 8세가 그 주인공이다).
· 제법 신념을 고집하는 체하다가 시세가 신념의 반대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거기에 맞춰 논리를 조금씩 바꾸는 모습도 볼 수 있다(사서들의 양서 논쟁이 그 사례다).
· 그런가 하면 자기 신념에 어긋나는 사실을 타인에게서 발견했을 때는 그 신념을 고수하기 위해 타인의 모든 것을 박멸하기도 했다(스페인 정복자의 모습이다).
· 삶의 지혜가 왜 없겠어? 하지만 이런 지혜는 희귀하다(스트라호프 수도원).
· 어리석은 인간의 얘기도 즐비하다.
·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인상적인 부사는 ‘아이러니하게도’이다.
· 책은 길들이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반란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아이러니하다).
· 소소하지만 왜 빅토리아시대 영어소설이 그렇게 길고 장황한지 알 수 있다(한 출판업자의 농간이다).
· 독일의 과거사 청산은 모범적인 사례로 거론되지만 미묘한 부분에 가면 여전히 미흡하다(70년이 지나서 화재라는 우연한 사고를 통해서야 밝혀진 욕된 진실이다).
· 그리고 이 책의 말미에 요즘 젊은이들이 왜 어른을 배우지 않고 또래를 모방하게 됐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던진다(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