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오랜 시간 전문 번역가로 일해 왔다. 저자를 공들여 이해하는 기회를 누리는 것은 옮긴이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그 가르침대로 삶을 가꾸어 가고 확신을 지니게 된다면.
《조화로운 삶의 지속》, 《사라진 내일》, 《지구를 가꾼다는 것에 대하여》, 《학교의 배신》, 《흙》, 《발밑의 혁명》과 같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신자유주의라는 구호가 우리의 의식을 휩쓸고 있는 오늘날, 근대사회 건설의 기초였던 노동이라는 말은 어쩌면 진부해 보인다. 그 대신 어느새 우리 의식을 차지하고 있는 말은 소비, 유동성, 엘리트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빈곤이라는 말은 아마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날이 갈수록 결코 진부하지 않다. 한쪽에서 부의 축적이 가속화되고 그 반대편에서 빈곤의 심화가 가속화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바로 그 이유를 우리들에게 알려 준다. 근대 초기부터 지금까지, 근대가 어떤 동력에 의해 진행되어 왔으며, 그것이 단계마다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그리고 오늘날의 세상이 어떤 흐름을 지니고 있는지를. 우리는 왜 날이 갈수록 빈곤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며, 왜 두려움은 점점 커져 가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