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문득 고교 시절의 추억이 하나씩 둘씩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다. 고교 시절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었던 친구들이 그리워졌다. 고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지나 거울을 보니 흰 머리카락이 제법 보이고 머리를 쓰다듬다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손끝에 묻어나올 때 더욱 친구가 보고파졌다.
옛날 일기장을 뒤지고, 친구들과의 만남과 전화통화로 한 조각 두 조각 추억을 꺼내 더듬어 쓰고, 온라인에 그 이야기를 올리다 보니 어느덧 5년의 세월이 지났다. 5년 동안 제법 많은 이야기가 모였다. 고교 시절 친구들과 선후배 동문이 한결같이 그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라며 재밌다고 책으로 펴낼 것을 권유하였을 때,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고 쑥스러웠다. 내가 전문작가가 아니기에 그냥 끄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다가 작은 기록으로 남겨 보자며 용기를 내보았다. 3만의 고교 동문에게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담아 나누어주자는 생각을 했다. 몇 가닥 남지 않은 앞머리를 긁적이며, 부족한 잠에 휑하니 들어간 눈을 깜빡이며 이야기를 정리하고, 추억의 사진을 구하며 책으로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숱한 고민과 추억을 다듬으며 많은 밤을 꼬박 새웠지만, 고교스토리를 출판해 본다는 기쁨에 새벽이 오는 것도 햇살이 나를 보고 웃는 것도 외면한 채 원고를 정리하였다. 12회 동기들의 적극적인 격려는 서서히 결실로 나타나 살이 붙고 살아나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모교의 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애쓰고 있는 중에도 우리들의 고교이야기에 추천사를 주셔서 책의 가치를 빛내 준 12회 최재용 교장,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가 낳은 최고의 시인 10회 공광규 선배님, 바쁜 의정활동에도 흔쾌히 추천사를 보내 준 12회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35/36대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총동창회장을 역임한 12회 해원산업 이용재 사장, 출판하는 데 모든 자문을 도맡아 도와준 12회 시인 정건우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바쁜 와중에도 추천사를 주신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준 12회 이형로, 추억의 사진을 제공한 12회 김승철, 적극적 발간 자문을 한 12회 김정태, 동문 자료를 제공해 준 12회 최창규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지면의 부족으로 인하여 모든 동기의 이름을 책 속에 넣지 못한 것을 매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 책을 발간하기 위해 다른 훌륭한 출판물을 뒤로 미루고, 부족한 원고를 토막마다 빛을 더하여 보석처럼 다듬어 최고의 가치 있는 책으로 출판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시산문의 이용환 사장님과 임직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민족의 비극 6·25 전쟁 중 총상을 당해, 국가유공자로 평생 휠체어에 의존한 채 사셨고, 어머님 돌아가시고 40년 동안 홀로 지내시다가 90세에 하늘로 가신 이 나라의 진정한 애국자, 그리운 아버지께 이 책을 바칩니다.